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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 가족 뉴스

"가난한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삶의 기쁨을 찾겠습니까?"

2026.02.19 22:34 104 SDB
부제목 가난한 이들을 찾아 스스로 빵이 된 구도자, 황복만 필립보네리 수사를 기리며

2월 19일 하룻동안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진행된 추모의 시간

 
     

2026년 설 연휴를 평온하게 즐기던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들려온 황복만 필립보네리 수사님의 선종 소식은 모두의 가슴을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동료 수도자들의 회고와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 속에 비친 그의 삶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하느님과 청소년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태워 올린 ‘은총의 승리’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빵이 되어 가난한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려 애쓴 그의 숭고한 삶의 여정을 오늘 있었던 추모의 시간을 모아 돌아본다.

 

빈소에 모인 제자들, 그들의 영원한 ‘뒷배’가 되어준 사람

오늘 하루 동안만 관구관에 마련된 황복만 수사님의 빈소에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조문객들 사이에는 어느덧 한 가정을 책임지는 40대 배불뚝이 가장이 된 대림동과 돈보스코 센터 출신의 제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사회복지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어린 시절, 황 수사님은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야학을 직접 지도하며 배움의 끈을 이어주던 스승이었다. 또한 사고뭉치로 이름을 날릴 때마다 그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경찰서를 드나들고 뒷수습을 도맡았던 든든한 ‘왕다마’이기도 했다. 이제는 사회의 일원이 된 제자들은 화려한 말보다 투박한 행동으로 곁을 지켜주었던 수사님을 여전히 아버지처럼 의지하며 추모의 자리를 지켰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가장 먼저 나서서 챙긴 그의 삶은 빈소를 찾은 이들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다.

 

침묵 속의 투쟁: 하느님을 향한 멈추지 않는 갈망

황 수사님의 삶은 구도자로서 하느님을 향한,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망의 세월을 혹독하게 자신과 싸우며 투쟁해 온 시간이었다. 겉으로 소박하고 말수가 적은 그였으나, 내면에서는 오직 주님만을 따르기 위해 자신을 벼리는 치열한 구도의 투쟁을 이어갔다. 그가 몸을 아끼지 않고 익혔던 수십 개의 기술과 자격증들도 기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결코 아니었다. 오로지 가난한 이들이 부를 때 언제든 쉽게 달려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을 담금질한 고행의 산물이었다. 100회 이상의 헌혈 기록을 가진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헌혈 금지 판정을 받았을 때, 아이처럼 상심했다던, 다 내어주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은 진정한 살레시안의 초상이었다.

 

중국에서 솔로몬까지,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여정

그의 가난한 현장을 찾아나서는 열정은 국경과 나이를 초월했다. 중국에서 몇 년간 좀처럼 움트지 않는 선교의 씨앗을 뿌리려 애쓰던 그는, 60세가 넘어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된 중국의 정책적 한계 앞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영적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우리 지역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땅,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제도였다. 그곳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웠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모아 점심을 챙겨 먹이고,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그 아이들에게 산수와 글을 가르치며 삶의 물꼬를 틔워 주는 ‘살레시안 현존의 성사’를 실천했다. 그는 그곳에서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즉 ‘가난한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삶의 기쁨’을 발견했고 이를 만끽했다. 그 기쁨이 너무도 컸기에, 2025년 1월 한 달간 본국 휴가 당시 그를 진찰한 의사의 만류조차 선교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아설 수 없었다.

 

스스로 빵이 되어 삶을 완성한 실존

황 수사님은 “생명의 빵을 받아 먹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빵이 된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그는 화려한 강단보다 야학의 낡은 책상 앞에, 경찰서 대기실의 딱딱한 의자에, 그리고 선교지의 결핍과 흙먼지 속에 머물기를 기꺼이 택했다. 그의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그토록 그리던 하느님의 품으로 옮겨감이다. 그는 익숙하고 편리한, 즉 '달달한' 한국의 삶 대신 기초 의료시설조차 없는 열악한 선교지 현장을 마지막 안식처로 택함으로써 죽음을 넘어 영원한 의미를 선택하는 ‘본래적 실존’을 보여주었다. 돈 보스코의 말씀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현장에서 숨을 거둔 그의 마지막이 커다란 슬픔인 동시에 위대한 승리이기도 하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사랑: 응답을 이끌어내는 사랑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
솔로몬 선교지에서 매일 아침 등굣길의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문에 섰듯이, 이제 하늘 문을 담당하는 성 베드로는 그를 환한 미소로 맞이하며 말할 것이다. 황 수사님은 떠났지만, 그가 대림동의 소년들에게, 그리고 솔로몬의 아이들에게 심어준 희망과 우리 가슴 속에 남긴 뜨거운 예수님을 향한 열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젊은이의 응답을 이끌어 내는 사랑’의 전형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황 수사님은 우리에게 눈물이 아니라, 당신이 몸소 실천해 살았던 낮은 곳을 찾고 단순하며 부지런하고 관대했던 삶으로 "가난한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삶의 기쁨을 찾겠습니까?"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남겼다.
 

주님, 당신의 충실한 종 황복만 필립보네리 수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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