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톤즈의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방한을 맞아, 살레시오회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남수단 톤즈의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방한을 맞아
살레시오회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故 이태석 신부가 창단한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가 방한하여 그가 선종 직전까지 머물며 톤즈의 젊은이들에게 돌아가기를 갈망하던 장소, 살레시오회 대림동 공동체를 찾았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태석 신부는 톤즈의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참혹한 전쟁의 화마를 이겨내고 오늘의 발전을 일궈낸 자신의 나라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원대한 꿈과 계획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이번 방문은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것으로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한국 살레시오회는 이태석 신부의 형제이자 동료로서 돈보스코 브라스밴드의 한국 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한국수출입은행, 스마일 톤즈 재단, 그리고 이번 방문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5월 공지문을 내어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이 상업적 흥미에 의해 훼손’되거나 그를 두고 ‘영성적 뿌리에 대한 고찰 없이 단편적인 평가나 과장 또는 세속적인 영웅 만들기’, ‘정체가 모호한 사회사업가로 포장’하는 일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고인 관련 활동과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톤즈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한국 방문과 그 진행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려를 담아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먼저 이번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한국 방문이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톤즈의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초청하는 단체나 사람들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톤즈의 젊은이들을 한국의 살레시오회에서 묵게 해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남수단 톤즈 살레시오회 공동체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우리는 이태석 신부의 형제이자 동료인 한국 살레시오회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이번 방문을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하기가, 또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이태석 신부의 삶과 정신을 알리겠다고 나선 한국수출입은행과 고인의 가족이 참여하는 재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을 넘어 슬픔과 참담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톤즈의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청소년들이 한국 도착 이후 언제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충분한 협의나 설명 없이 연일 이리 저리로 끌려 다니듯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번 방한이 이렇게 흘러가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거기에 우리의 잘못은 없는지, 그것에 대해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모습과 행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무엇이 이태석 신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남수단과 톤즈에 참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이자 동료인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면서, 또 이태석 신부가 그토록 따르고자 했던 돈 보스코 성인과 하느님만 바라보면서 살레시오회의 입장을 밝힙니다.
1. 먼저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이태석 신부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관심과 소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스스로 높이기보다는 낮추고, 억지로 드러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수도회의 전통이 소중하다 하여도 세상의 눈과 기대에 부응하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임을 새롭게 새깁니다. 이태석 신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좀 더 분명하게 이태석 신부의 정신과 그가 했던 일을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했음을 사과드립니다. 만일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면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은 미연에 방지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 일을 이어 가겠다 하면서도 정작 그의 정신과 하려 했던 일은 무엇이지 잘 알지 못하는 분들께, 더러는 단면만 보고 모든 것을 다 알아챈 양 그의 온전한 삶과 정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고 하지도 않는 분들께 그의 삶과 정신이 진정 무엇이었는가를 더 가까이 다가가 알려드릴 것임을 다짐합니다.
2. 이태석 신부는 물질보다는 마음을 나누려 했던 분입니다. 물질이 마음을 앞서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라 해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여기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톤즈의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톤즈의 미래를 자기의 생각보다 앞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태석 신부는 톤즈와 톤즈의 사람들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톤즈를 알고 톤즈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태석 신부를 본받아 톤즈를 위한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거나 계획하고 계신 재단, 장학회, 각종 단체를 이끄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톤즈에 물질적인 무언가를 주기에 앞서 먼저 톤즈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톤즈가 어떤 곳인지 톤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먼저 가만히 관찰하고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알 때까지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주십시오. 그래서 자신이 주고 싶은 것 말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드리십시오. 그러한 고민에 우리 살레시오회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먼저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3. 이태석 신부를 사랑하고 그 삶을 본받고자 하는 분들은 이태석 신부의 유지를 받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이태석 신부는 후배에게 보낸 메일과 여러 차례의 강의를 통해 자신은 교회의 수도자이며 사제요, 살레시오회의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길 원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단순히 인간적인 발전[Human Development]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특히 NGO 형태의 접근은 자신의 신원과 무관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이태석 신부의 유지와는 무관하게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지는 모금행위는 중지되어야합니다.
4. 아울러 아프리카 남수단과 톤즈를 폄하하는 언론매체나 모금기관의 태도와 진술에 대해 엄중히 항의합니다. 이태석 신부 선종 이후에도 톤즈는 그곳 사람들과 또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매체는 마치 톤즈가 이태석 신부 선종 이후 방치되고 폐허가 된 듯 왜곡하여 독자나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톤즈를 재건해야할 열악한 곳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왜곡의 배경에는 톤즈 후원을 위한 모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짓과 과장이 끼치는 심각한 해악을 말씀드리며 아울러 톤즈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 역시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5. 톤즈는 분명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곳입니다. 그러나 선심성이나 과시에서 비롯된 지원은 진정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톤즈나 아프리카의 다른 가난한 지역은 콘테이너 몇 개 또는 건물 몇 동으로 변화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의 상황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현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에서만 도움을 준다면 오히려 현지인들을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공책이 없는데 볼펜이 넘쳐나는 일이 일어납니다. 가장 바람직한 도움은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계획에 따르는 것입니다. 현지 공동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살레시오회는 선교국에서 현지와 긴밀한 관계 안에서 그들의 계획에 함께 하도록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톤즈를 지원하려는 그 어떤 단체에게도 그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끝.
[문의 : 백광현 신부/010-8923-5026, 장동현 신부/011-9713-7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