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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복녀 라우라 비꾸냐

2009.07.03 06:42 230 SDB
생몰년도 1891 ~ 1904

복녀 라우라 비꾸냐 Beata Laura Vicuna (1891-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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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 비꾸냐는 1891년 4월 5일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명문가문의 장녀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나던 때는 급진개혁파에 의한 혁명이 일어나 칠레의 대통령이 추방되는 등 내란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던 라우라의 아버지 호세 도밍고 비꾸냐는 라우라가 생후 5개월이 되었을 때 가족과 함께 테무고라는 곳으로 피신하였으나 곧 그곳에서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그 후 어머니 피노 메르체데스는 라우라와 여동생을 데리고 아르헨티나의 라야스로 이주하여 살게 된다. 하지만 생활비와 아이들의 교육비 등 경제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쪼들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메르체데스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어느 젊은 지주의 권유을 받아들여 두 딸을 데리고 킬키훼에 있는 지주의 농장으로 이주하였다. 그러나 그 젊은 지주 마누엘 모라는 성격이 포악하고 신앙도 없는 사람인데다 라우라의 어머니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 마침내 모라는 라우라가 여덟 살이 되는 해에 거추장스러운 그녀와 여동생 쥴리아를 후닌 데로스 안데스에 있는 살레시오 수녀들의 기숙학교로 보내버리고 메르체데스를 마음대로 농락한다.

 

기숙학교에서 아홉살이 되던 해인 1901년에 첫영성체를 한 라우라는 그 해 12월 8일 ‘마리아의 딸'이라는 신심회에 가입하여 매우 열성적으로 그 활동에 참여한다. 어느날 기숙학교에 살레시오 회원인 요한 갈리에로 주교가 방문했는데, 선교지에 대한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라우라는 열정이 타 올라 수녀회에 청원자로 받아주기를 청하였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너무어려 그 청원은 받아들여줄 수 없는 것이었다.

 

라우라는 첫 여름방학 때 어머니가 있는 농장에 와서 어머니가 농장주인 모라와 좋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행실이 부끄러운 것임을 안 라우라는 어머니에게 농장을 떠나자고 울며 간청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학비와 기숙비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미 몸에 밴 농장 주인과의 관계 때문에도 농장을 떠날 수 없는 어머니는 라우라의 호소를 일축하고 모라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기숙학교로 돌아와서도 늘 이것을 마음 아파했던 라우라는 10살이 되던 이듬해 4월, 고백신부에게 어머니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겠다는 서약을 한다. 그 후 라우라는 까닭없이 몸이 점점 약해지고 병색이 완연했졌다. 그렇지만 늘 명랑함은 잃지 않았고 항상 친구들의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계속하였다.

 

1903년 6월 극도로 악화된 건강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라우라는 기숙학교를 떠나 후닌 데로스 안데스로 돌아와 작은 집 한 채를 빌려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라우라는 어머니가 옛생활을 버리고 농장을 떠나 그곳에서 기쁘게 살 것을 권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어머니는 그 생활을 청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라우라는 매우 가슴이 아팠고 어머니의 회개를 위한 제물로 자신을 받아들여 달라는 기도를 더욱 눈물로 드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농장 주인 모라가 어머니를 데리고 가겠다고 찾아왔는데, 어머니는 한사코 그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맞서다가 둘 사이에 심한 싸움이 벌어져 어머니가 폭행을 당한다. 이를 알게 된 라우라는 어머니가 더 이상 그 목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 어린 소녀의 기도가 마침내 가납된 것이다.

 

라우라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라우라를 격려하기 위해 기숙학교 학생들과 수녀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 그들을 맞으면서 라우라는 병에 대한 고통을 한 마디도 호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의탁하고 용감하게 참아 받으며 하느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에 대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라우라의 이야기에 감동했으며 라우라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사람들은 그 어린 소녀를 안데스의 천사라고 부르며, 라우라에게 자신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였다.

 

마지막이 다가온 것을 느낀 라우라는 어머니에게 모라와 완전히 헤어져 죄의 생활을 깨끗이 버리고 하느님께로 돌아오라고 간청하였고, 어머니는 마침내 이를 약속하였다. 라우라는 행복에 넘쳐 ‘예수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안심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1904년 1월 22일 어머니가 지켜 보는 가운데 13살이 채 안된 나이로 평온히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